흔적
하나님, 올해 대학에 들어간 둘째가 자기 방에 책 넣을 공간이 없다며 필요 없는 책들을 정리해 현관 앞에 잔뜩 쌓아놨습니다. 살펴보니 고3 때 풀었던 문제집들이었습니다.
그걸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150권 이상 되는 문제집들.
성실하게 공부한다는 건 알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이렇게나 많은 양의 문제집을 풀었을 거라곤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학원에도 한 번 가보지 못했던 아들의 대학 입학 비결은 바로 이 문제집에 있었던 걸까요?
남편도, 큰아들도 그 방대한 문제집을 보더니 “이 녀석, 서울대 들어갈 만했네.”라고 인정했습니다.
하나님, 사람이 살아온 모습은 이렇게 분명한 흔적으로 남는다는 걸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결과와는 별개로, 살아온 흔적들을 보며 기뻐하시고 상급을 주시는 분이 아닌지요?
이 땅에서의 결과물들은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누군가를 진실로 사랑하기 위해 기도했던 흔적, 희생했던 흔적은 하나님나라에 그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을 테니 말입니다.
하나님, 저는 어떤 흔적들을 남기며 살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제 삶 가운데 기도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이 얼마나 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느 책에선가 팀 켈러 목사님이 “기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기도하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이 가득하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누구도 저절로 기도가 되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겠지요.
저도 그렇게 기도하기 위해,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 저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 삶에 주님과 동행했던 흔적으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
– 나는 기록하기로 했다, 한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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