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이 가족과 함께 이집트로 갈 때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아내에게 제안합니다.

아브라함의 아내가 아주 예뻤던 모양이에요. 당시에는 여인이 예쁘면 결혼을 했더라도 남편을 죽이고 그 여인을 차지하는 못된 일을 자행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브라함은 아내에게 ‘누가 우리의 관계를 묻거든 당신은 나의 누이라고 하라’ 라고 했습니다.

아브라함이 곡식을 얻기 위해 이집트로 가자 예상대로 그곳에 ‘예쁜 여자가 나타났다’라고 소문이 났습니다. 이 소문은 이집트의 고관들에게도 퍼져나갔지요. 고관들은 심지어 왕 앞에서도 예쁜 여자가 나타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자들이란, 기근 중에 참 너무하죠?”

“그러네요. 그런데 정말 이뻤나 보네요.”

“글쎄요.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그때의 미의 기준과 지금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여기서 이집트 왕의 이름을 ‘바로’ 라고 했습니다.
성경에는 수백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바로가 나옵니다. 그건 바로가 ‘파라오’로 왕의 이름이 아니라 왕의 호칭이기 때문입니다. 몽골에서 왕을 ‘칸’이라고 부른 것처럼요.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나도 계속 바로가 나오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왕입니다.”

“그렇군요.”

“바로가 아브라함의 아내를 궁으로 불렀습니다. 12장 16절에 보면 바로가 아브라함을 후대하고 양과 소와 노비와 나귀와 낙타를 제공했다고 했습니다.

여인의 오라비에게 결혼 예물을 준 거죠.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이 바로와 그 집에 큰 재앙을 내리신 겁니다. 그 재앙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집트를 다스리는 바로도 부인하거나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신에 의한 재앙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바로가 아브라함을 불러서 ‘왜 나를 속였느냐? 당장 네 아내를 데리고 가라’ 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바로가 명했으니 신하들도 순순히 내보낼 수밖에요. 그래서 아브라함은 이집트를 내려간 덕분에 재산을 많이 챙겨 나오게 됐습니다.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고, 잘되는 놈은 앞으로 넘어져도 뭐든 안고 일어선다’ 라고 합니다. 이건 아브라함에게 좋은 일이었을까요?”

“글쎄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고향과 친지까지 버리고 객지로 간 아브라함이 기근을 만나자 하나님께 아무것도 여쭙지 않고 제 살길을 찾아 이집트로 내려간 모습이 좀 실망스럽게 보입니다.

‘그래도 재물을 많이 얻었으니까 됐어’가 아니지요.

아내를 빼앗길 뻔했고, 실은 위기를 당하자 자기 아내를 판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나님께 순종하여 가나안에 들어온 아브라함과 금방 먹을 것을 찾아 이집트로 내려간 아브라함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좀 실망스럽네요.”

“성경에 나오는 사람이면 기근을 만났을 때 ‘하나님, 어떻게 할까요? 여기 있을까요, 아니면 식량이 있는 이집트로 갈까요? 하나님의 뜻을 가르쳐주세요’ 라고 했을 것 같은데 약속의 땅을 떠나 이집트로 가버렸습니다.

물론 아브라함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었겠지만요.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죠. 어떤 때에는 아주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위기와 이익 앞에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기준과 원칙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명하시고 아브라함은 순종해서 고향과 친지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역시 아브라함이야, 나는 그렇게 못할 텐데, 하나님이 택하실 만해, 복 받을 만해’ 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보니까 어떠세요?”

“좀 그렇네요.”

“아브라함이 아주 종교적이거나 도덕적인 사람이어서 하나님이 택하실 만한 자질이나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나님은 자질이 있는 사람을 부르시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갑자기 부르셔서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가세요. 그래서 은혜죠. 저와 여러분도 마찬가지고요.”